1584억원 들인 대만제 무상노트북 29만대
저사양으로 프로그램 가동 벅차
운영체계 다운그레이드에 수십억 추가 비용
AI 교육플랫폼 ‘아이톡톡’, 3년째 효과 미미
알고리즘 개발비만 벌써 190억…아직도 개발중
무상노트북 일러스트
경남교육청이 2000억이 넘게 투입한 도내 초중고 학생들의 스마트교육 사업에 혈세가 줄줄 세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급한 무상노트북은 저급한 사양에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인공지능 학습플랫폼은 완성도가 낮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예산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
29일 경남교육청과 노치환 경남도의원 등에 따르면 경남교육청은 지난 2021년 1574억원을 투입해 초중고 학생들에게 29만4000대의 노트북을 무상지급했다. 그러나 CPU 등 사양이 너무 낮아 현재 윈도우 11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지급한 주력 노트북은 대만의 에이수스 제품으로 CPU는 인텔 셀레론 N4500, 하드는 SSD 128G이다. 램은 DDR4 4G, 운영체계는 윈도우 10 PRO 64BIT를 탑재했다. 이 노트북은 경남교육청이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도 빠듯하다.
특히 내년부터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될 경우 이용에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남교육청은 내년 디지털교과서 운영을 대비해 윈도우 10 라이트 운영체제로 개편을 대비중이다. 내년에 우선 디지털 교과서가 적용되는 3개 학년 총 9만여대에 25억원의 예산을 의회에 신청한 상태다. 기존 윈도우 10 체제보다 더 낮은 버전으로 낮추기 위해 수십억의 돈을 다시 들이는 셈이다.
노트북의 유지보수 비용도 문제다. 당초 공급업체와 당초 노트북 구매와 함께 150억원을 한도로 하는 유지보수비용을 5년간 계약했다. 그러나 지난 2022~2003년 2년간 들어간 유지보수비용만 94억이다. 해마다 50억원 안팎의 유지비수비용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당장 수십억원의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경남교육청은 구입 당시 대만의 저사양 컴퓨터를 대량구매하면서 외국업체 배만 불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너무 낮은 사양으로 인해 ‘깡통 노트북’이란 오명을 쓰고 학생들로부터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창원의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받은 노트북을 ‘깡통’이라 부른다”며 “거의 사용을 하지 않고 있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2022년 초중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한 대만의 에이수스 제품의 플립형 노트북. 사양이 낮아 각종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매일경제 DB/
인공지능(AI) 교육 플랫폼인 ‘아이톡톡’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톡톡’은 경남교육청이 지난 2020년 민간과 협약해 전국 교육청 처음으로 개발한 학습 플랫폼이다. 경남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지급한 무상 노트북과 연계해 스마트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추진됐다.
경남교육청은 ‘아이톡톡’ 환경을 위해 일선 초중고에 약 300억원을 들여 초고속 무선망을 구축했다. 이후 경남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기존의 학습 프로그램만 도입된 ‘아이톡톡’에 45억 원을 들여 AI가 탑재된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이톡톡 플랫폼 내 ‘지식공간이론’과 ‘사회정서학습이론’ 등 추가로 콘텐츠가 더해져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교육청은 아이톡톡 학습플랫폼에 1~2년차(2021년~2022년)에 일부 컨텐츠 개발비용으로 109억원이 투입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3차년도 개발에도 59억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2년차까지 개발된 컨테츠나 데이터 수집 등의 알고리즘이 결과물이 미미하다.
노치환 경남도의원(국민의힘, 비례)은 “무상 노트북의 사양이 너무 낮은데다 윈도우 체제로 가다보니 아이톡톡만 켜도 노트북을 결정할 당시 스마트단말기 구매부서의 의견을 무시하고 담당부서를 바꾸고 입찰과정에서도 이의제기가 있었으나 교육청이 밀어붙였다”며 “아이톡톡 플랫폼도 감리를 맡은 업체는 1~2년차 사업에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으나 교육청은 시행착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무상 노트북의 경우 현재 교육부의 디지털 교과서의 구동 조건을 맞추고 있다. 다만 실물모델이 내달 중순께 공개되기 때문에 실제 적용후 문제점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예산을 배정한 것”이라며 “‘아이톡톡’도 2년까지 성과가 없는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 있어 3년차에 시정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경남교육청 AI 학습플랫폼 ‘아이톡톡’ 홈페이지./홈페이지 캡쳐/
기사입력 : 2024-11-30 08:34:38 매일경제 최승균 기자 choi.seunggyun@mk.co.kr [기사원문]